2026년 7월 부산 남구에서 크레스티드게코 100여 마리가 발견된 사건은 업자가 아니라 일반 사육자가 감당하지 못해 벌어진 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크레 암컷 한 마리는 1년에 알을 열두 개까지 낳고, 암컷은 교미 없이도 이듬해 산란합니다. 물론 거의 없는 일이긴 합니다. 여기에 시세가 수백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내려앉으면서 책임의 무게까지 같이 가벼워진 것이  이 일의 본질같습니다.

저는 크레스티드게코를 200마리 정도 데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 기사를 처음 봤을 때 놀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떻게 그 숫자가 만들어졌는지 정확히 알 것 같았습니다.

비난하려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저도 같은 곡선 위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다만 그 곡선이 어떻게 생겼는지, 왜 하필 지금 이런 일이 생겼는지, 그리고 번식을 시작하려는 분이 무엇을 미리 정해두어야 하는지를 숫자로 정리해두려고 합니다.

2026년 7월, 부산 남구에서 있었던 일

보도에 따르면 2026년 7월 5일, 부산 남구의 한 하수구 주변에서 도마뱀이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현장에서 수습한 것만 100마리 정도였고, 따로 주운 개체까지 합치면 150마리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전해졌습니다. 하수구 안으로 들어간 개체와 물에 빠진 개체가 있었고, 일부는 이미 폐사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발견된 개체는 전부 크레스티드게코였고, 대부분 태어난 지 한 달이 안 된 새끼였다고 보도됐습니다. 언론은 반려용으로 키우며 번식시켰다가 감당하지 못해 한꺼번에 유기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저는 이 추정이 맞다고 봅니다. 업자라면 저렇게 버리지 않습니다. 저 숫자와 저 월령은 번식을 하다가 어느 순간 통제를 놓친 사람의 그림에 훨씬 가깝습니다.

첫 번째 질문 — 어떻게 100마리가 되는가

크레 번식에는 초보자가 잘 모르는 특성이 하나 있습니다. 암컷은 한 번 교미하면 정자를 몸속에 보관합니다. 그래서 올해 수컷을 빼놓아도 이듬해에 알이 나옵니다. 수컷만 치우면 번식이 멈춘다고 생각하셨다면, 그 전제가 틀렸습니다.

산란은 한 번에 두 개씩, 시즌에 여섯 번쯤 합니다. 암컷 한 마리가 1년에 알 열두 개를 낳는다는 뜻입니다. 부화율이 좋으면 거의 다 나옵니다.

시점 보유 개체 그 해 나오는 알
1년차 암수 한 쌍 약 12개
2년차 성체 2 + 새끼 10 약 12개
3년차 번식 가능 암컷 5마리 안팎 약 60개

새끼는 1년 반이면 번식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3년차부터 곡선이 꺾여 올라갑니다. 4년차 계산은 굳이 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크레는 잘 죽지 않습니다. 수명이 15년에서 20년입니다. 이 곡선에는 자연 감소가 없다는 뜻입니다. 늘기만 하고 줄지 않습니다.

하수구에서 나온 100마리는 이 곡선의 어느 지점입니다. 개체 수와 월령으로 보면 3년차 언저리로 보입니다.

몰라서 못 막았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알을 버리지 못했을 뿐입니다. 알은 귀엽고 부화는 감동적입니다. 감당은 그 다음에 옵니다.

🦎 숲지기 노트

저는 처음 알을 받았을때.. 또 처음 해칭을 경험했을때의 느낌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경이롭고 신기하고..아니 신비..가 더 맞겠죠? 그 경험은 뭔가 숭고함 이상이었습니다. 마치 그랜드캐년을 봤을때 뭔가 자연에 압도당하는? 그 기분과 견줄수 있는 그런 느낌적인..느낌.. 그러나. 그건 그저 사람(저)이 혼자 느끼는 감정이었습니다…..

두 번째 질문 — 왜 하필 지금인가

번식 곡선은 예전에도 똑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은 지금 터졌습니다. 가격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2010년 영국의 한 사육장에서 하얀 크레가 태어났습니다. 릴리 이그조틱스(Lilly Exotics), 릴리화이트라는 이름이 거기서 나왔습니다. 2012년에 계통이 확립됐고 2014년쯤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새로운 모프의 흰색은 시장에서 금색으로 통했습니다.

시점 릴리화이트 거래가
국내 도입 초기 베이비 한 마리 수백만 원. 프리미엄 성체는 1,000만 원대 수입 기록도 있음
2022년까지 30만 ~ 400만 원
2023년 시세가 10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는 기록
2026년 8월 베이비 1만 ~ 2만 원
릴리화이트 크레스티드게코 베이비 시세 추이 그래프 — 도입 초기 수백만 원에서 2026년 8월 1만~2만 원까지 하락, 슈퍼푸드 한 통 가격 아래로 내려온 지점 표시
릴리화이트 베이비 시세 변화입니다. 세로축은 로그 눈금이고, 2026년 8월 값은 분양 카페에서 직접 확인한 실매물입니다.

마지막 줄은 제가 분양 카페에서 직접 확인한 실제 매물입니다. 릴리화이트 베이비 2그램이 1만 원, 3.1그램이 2만 원이었습니다. 크레 19마리 일괄 20만 원짜리 매물도 있었습니다. 한 마리에 1만 원꼴입니다.

참고로 슈퍼푸드 한 통이 2만 원입니다. 개체 값이 사료값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음모는 없습니다. 산수만 있습니다. 비쌀 때 모두가 브리더가 됐고, 앞에서 본 그 곡선을 수천 명이 동시에 그렸습니다. 수요는 산술로 늘고 공급은 지수로 늘었습니다. 가격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무너집니다. 대체로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문제입니다. 500만 원짜리 생명은 아무도 하수구에 버리지 않습니다. 3만 원짜리 생명은 버려집니다. 가격이 내려가면 책임의 무게도 같이 내려간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크레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입니다. 걔들은 자기 시세를 모릅니다.

세 번째 질문 — 버려진 크레는 어떻게 되는가

버린 사람은 자연으로 돌려보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크레의 자연은 여기서 8,000킬로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뉴칼레도니아, 남태평양의 섬입니다. 연중 20도에서 28도이고 습도는 숲이 알아서 관리해줍니다.

부산의 7월 하수구는 그 어느 조건도 맞지 않습니다. 한여름 지열은 크레가 견디는 온도를 넘어섭니다. 생후 한 달 베이비는 성체보다 탈수가 훨씬 빠릅니다. 구조가 하루만 늦었어도 결과는 달랐을 겁니다.

운 좋게 살아남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건 더 나쁜 시나리오입니다. 외래종이 토착 생태계에 자리를 잡는 순간 이름이 바뀝니다. 반려동물에서 교란종으로 바뀝니다. 이 사건을 두고 전문 기관이 우려한 지점도 정확히 거기였다고 전해집니다.

버린 사람은 방생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생태계 입장에서는 무단 투기이고 크레 입장에서는 사형입니다.

영상으로 정리한 같은 이야기

이 사건을 취재?…하고 시세 자료를 정리해 영상으로도 만들었습니다. 글보다 그래프와 실제 매물 화면이 눈에 잘 들어오실 겁니다.

「400만원짜리 도마뱀이 3만원이 되자 벌어진 일」 — 도마뱀숲 유튜브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제일 불편한 질문이 남았습니다. 그럼 너는 뭐가 다른가. 저는 200마리를 데리고 있고, 그 곡선의 한복판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원칙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네 가지입니다.

하나. 시즌이 끝나면 수컷을 뺍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암컷이 정자를 보관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다음 해 알을 다 막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총량은 확실히 줄어듭니다. 번식 관리는 0 아니면 1이 아닙니다.

둘. 받을 수 있는 알만 받습니다

인큐베이터 자리, 사육장 자리, 사룟값. 이 셋 중 하나라도 없으면 알을 받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지는 계획이 아닙니다. 하수구가 그 문장의 끝입니다. 산란과 부화 과정은 따로 정리해두었습니다.

셋. 분양 전에 받을 집부터 확인합니다

사육장 사진을 먼저 요구합니다. 기분 나빠하시는 분께는 보내지 않습니다. 크레가 갈 집이지 제 기분이 갈 집이 아니니까요.

넷. 안 나가면 제가 키웁니다

덤핑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육장과 백업, 밥그릇과 개체를 세트로 묶어 저렴하게 보냅니다. 그래야 분양받는 분의 초기 부담이 줄고, 준비 없이 데려가는 일도 줄어듭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200마리이고, 그래서 집이 좁습니다.

이 원칙들이 대단해서 적는 게 아닙니다. 이건 최소한입니다. 번식을 시작하실 거라면 시작하기 전에 끝을 정해두셔야 합니다. 알이 나온 뒤에 세우는 계획은 계획이 아니라 수습입니다.

크레를 데려올 생각이라면, 세 가지만

  • 3만 원짜리 크레와 500만 원짜리 크레는 사육비가 같습니다. 사육장, 조명, 습도 관리, 사료. 시세는 폭락해도 여기는 폭락하지 않습니다. 월 유지비를 먼저 계산해보세요.
  • 크레는 15년을 삽니다. 지금 데려오시면 2041년에도 함께 있습니다.
  • 암컷 한 마리만 있어도 알을 낳을 수 있습니다. 번식은 이벤트가 아니라 책임입니다.

부산의 100마리는 운이 좋았습니다. 구조자가 있었으니까요. 다음 100마리에게도 구조자가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가장 좋은 구조는 버려질 크레를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도마뱀숲은 부모 혈통과 해칭 기록을 개체별로 관리하고, 먹이 반응과 건강 상태를 확인한 개체만 분양합니다. 준비가 되셨는지 같이 확인해드립니다. 분양 안내 보러 가기

자주 묻는 질문 (FAQ)

Q. 수컷을 빼면 번식이 멈추나요?

완전히 멈추지는 않습니다. 크레 암컷은 교미 후 정자를 몸속에 보관해서, 수컷을 분리한 이듬해에도 유정란을 낳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총량은 줄어들기 때문에 시즌 종료 후 수컷을 빼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관리 방법입니다.

Q. 크레스티드게코 암컷 한 마리는 1년에 알을 몇 개 낳나요?

한 번에 두 개씩, 시즌에 여섯 번 정도 산란하므로 연간 열두 개 안팎입니다. 부화율이 좋으면 대부분 부화합니다. 암컷이 다섯 마리가 되는 3년차에는 그 해에만 알이 예순 개 가까이 나올 수 있습니다.

Q. 크레스티드게코 시세는 왜 이렇게 떨어졌나요?

공급이 지수적으로 늘었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높던 시기에 많은 사람이 번식에 뛰어들었고, 크레는 수명이 15~20년으로 길어 개체가 줄지 않습니다. 수요는 산술적으로 늘어나는데 공급만 계속 쌓이면서 가격이 무너졌습니다.

Q. 키우던 파충류를 밖에 놓아주면 안 되나요?

절대 안 됩니다. 크레스티드게코의 원산지는 8,000킬로미터 떨어진 뉴칼레도니아이고, 국내 환경에서는 대부분 폐사합니다. 살아남으면 생태계 교란 문제가 됩니다. 더 키우기 어려우시다면 유기 대신 분양이나 인수처를 찾는 쪽으로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저희 사육장의 번식 기록과 분양 카페 실매물 확인, 그리고 아래 보도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 SBS 모닝와이드 — 하수구 주변서 ‘꿈틀’.. 도마뱀 ‘100여 마리’ 유기
· TV조선 [핫라인] — 부산 시내서 도마뱀 100마리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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